20세기 소녀
개봉 : 2022.10.06
장르 : 드라마/청춘/로맨스/시대극
러닝 타임 : 119분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1999년의 기억
영화 <20세기 소녀>는 어느 겨울 도착한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1999년의 기억을 중심으로 17세 소녀 보라가 가장 친한 친구인 연두의 첫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사랑의 큐피트를 자처하며 벌어지는 첫사랑 관찰 로맨스이다.
이 간단한 시놉시스만 봐도 보통의 로맨스 영화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들 어린 시절 친구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해 노력해 본 적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영화가 그러한 점을 비추면서 자신의 연애 이야기가 아닌 타인을 관찰하며 시작되는 연애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과연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 시점을 바꾸어 봄 결과물은 어떻게 나왔을지 그로부터 전해지는 특별한 재미와 설렘을 기대하게 된다.
영화의 자세한 내용은 2019년 어른이 된 나보라 앞으로 낡은 비디오테이프가 배달되며 시작된다.
오래된 비디오 속에는 1999년 순수했던 17세 나보라의 모습이 담겨있고, 시청자들은 풋풋했던 그 당시 나보라의 기억 속으로 함께 빠져들게 된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1999년을 배경으로 '나보라'는 단짝 친구 '연두'가 반한 남학생을 연두 대신 관찰해 주기로 한다.
연두는 심장 수술을 하러 미국으로 잠시 나가있다.
그 동안 보라는 연두가 원하는 백현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서 연두에게 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보라는 백현진을 관찰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연두와 같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친구가 좋아하는 이성은 절대 좋아해서는 안 돼'라는 생각과는 반대로 이끌리는 대로 행동하고 싶은 이성에 대한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관객들에게 색다른 공감대를 형성해 주었다.
'사랑'과 '우정'이라는 갈림길이 온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해달 상황이 닥치게 된다면 결국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가사의 노래가 떠오른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이런 상황에 우리 시대보다는 더 쿨한것 같다.
하지만 어렸을 때의 필자는 이런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던것 같다.
이런 상황없이 무사히 학창시절을 보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추억여행
21세기에 다시 꺼내 보는 20세기의 첫사랑 이야기를 다룬 <20세기 소녀>는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는 '학창 시절 첫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친구의 짝사랑을 관찰하다 첫사랑에 빠져버리게 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20세기 소녀>는 방우리 감독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실제 1999년 학창 시절을 보냈던 방우리 감독이 당시 친구들과 함께 썼던 '교환 일기장'에는 친구가 좋아하는 남학생을 관찰했던 이야기가 가득했고, 지금을 흐릿해진 기억 속 '첫사랑'과 '관찰'을 키워드로 <20세기 소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 나이니까 할 수 있었던 무모했지만 순수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같은 영화를 만들어보려고 했다는 방우리 감동의 말처럼, 일상과 삶에 지쳐있는 시청자들의 청춘의 감성을 일깨워줄 것이다.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된 1999년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며 21세기가 시작된다는 두려움과 기대가 가득했던 시대였다.
인터넷이 처음 대중들에게 보급되고, 삐삐, 핸드폰 등 개인 통신장비가 퍼지기 시작하던 시점이기도 했다.
심장 수술을 위해 해외로 떠난 김연두와 메일을 주고받는 나보라의 모습이나 공중전화와 삐삐의 암호화된 숫자들을 통해 소통하는 장면들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것 같다.
사실 필자도 삐삐세대는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느껴진다.
여기에 21세기 현재 어른이 된 보라 앞으로 배달되어 잠시 잊은 줄 알았던 첫사랑의 기억을 되살리는 비디오 테이프 역시 20세기와 21세기를 오가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모든 것이 혼재되어 있던 세기말의 분위기는 우정과 사랑, 어느 것 하나도 뜻하는 대로 되지 않는 흔들리는 사춘기의 보라와 딱 맞아떨어지며 시청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20세기 소녀>는 모두가 기억하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현재진행형일지도 모를 첫사랑이라는 소재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각자의 추억을 마주하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관찰에 무게를 두고 20세기의 나와 그때를 바라보는 21세기의 나의 시선까지 다채로운 감정의 스펙트럼을 담아냈기에 더욱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그때 그 시설의 몽글몽글한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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